일본 지진예측그래프와 경주 지진괴담

일본 지진 예측 그래프와 경주 지진 괴담

안녕하세요. 강시현입니다. 얼마전에 발생한 경주 지진 때문에 다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계실 줄로 압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난 후 한국형 지진대피메뉴얼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글이 돌아다녀서 제가 그걸 수습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지진대피메뉴얼을 숙지하고 계시더라구요. 오늘은 또다른 지진 괴담이 돌아다니길래 그것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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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지진과 관련된 괴담 중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입니다. 이 괴담의 핵심은 이겁니다. 위의 사진은 일본 지진 예측 프로그램이 예상한 지진 그래프라고 합니다. 9월 12일의 경주 지진을 예측했고 19일의 지진도 예측하고 있으며 9월 24일 토요일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며, 9월 30일 전후로도 강력한 지진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10월 4일에 지진이 일어날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군요. 저 그래프를 제대로 관심있게 보다보면 틀린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대 무라이 교수의 세토나이카이 지역 관련 뉴스

 게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저 지진예측그래프가 일본의 저명한 지진학자 또는 일본 지진연구소에서 발표한 사실로 둔갑되고 있었습니다. 이젠 저렇게 교묘하게 도쿄대 교수가 일본지진예측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 지진을 예측한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사실은 다릅니다. 무라이 교수는 이번에 일본 세토나이카이 지역의 지진을 예측한거지 한국 지진을 예측한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정보를 직접 알아보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잘 버무린 루머 하나가 각종 커뮤니티, 블로그, SNS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 정보를 접한 모 커뮤니티 분들의 반응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 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모르는 거 아니냐? 지진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 대비하는게 뭐가 나쁘냐?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미디어 컨텐츠의 오염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형지진대피메뉴얼이라는 대표적인 오염된 컨텐츠가 있겠네요. 그걸 그대로 따라하면 죽습니다. 지진대피메뉴얼로 검색을 했을 때 이런 오염된 컨텐츠가 한두개라면 상관이 없는데 대부분의 정보가 오염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진짜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클린 컨텐츠를 본 사람보다 오염된 컨텐츠를 본 사람들이 많고 또 그걸을 믿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위급한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를 보겠지요? 따라서 이런 지진과 관련된 괴담, 루머들은 될 수 있으면 퍼뜨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길 입니다.

 자 그럼 이 일본 지진 예측 그래프의 원 출처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이번 경주 지진 괴담의 원출처를 찾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퍼왔다고 했기에 일본 주요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찾았는데 결과적으로 boppo라는 한 트위터가 올린 글이 원 출처였습니다. Boppo라는 트위터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신이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지진을 예측하는 그래프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진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도 대학원생도 학생도 아닌 그냥 개인이 운영하는 트위터입니다.

 심지어 트위터 boppo는 일본의 한 지진에 대해서 정확한 근거도 없이 뇌내 시뮬레이션 (즉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통해서 생각한 내용을 과학적 검증이나 데이터 없이 올리기도 합니다. 저 내용은 구글크롬 한글 번역을 했으며 실제 원문도 아래에 함께 첨부합니다.

"@subaru2012 脳内シミュレーションですが 地震波の殆どが、

プレート境界面で反射や屈折してしまって、関東まで届かなかったのではないかと思われます"

 한국에서 이 트위터의 글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일본 지진 예측 그래프를 올리고 있는 BOPPO 당사자도 한국의 지진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인이지만 한글로 트위터에 올렸더군요. 이처럼 지진예측그래프 자체도 개인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그 데이타가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둘째치고서라도 본인이 한국의 지진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평소에 지진 대피 메뉴얼을 읽고 비상식량이나 생존배낭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지진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뭐든지 적당한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분들도 지진 괴담에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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